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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성탄 메시지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이사 9,1)


주님 안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구의 가족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및 탄생 대축일을 맞아 하느님의 크신 축복을 빌어드립니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든 관계없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및 탄생 대축일을 맞으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묵상하며 감사와 찬미의 마음을 갖도록 합시다.



I


구약에서 미래에 오실 구세주에 대해 가장 상세히 기록한 부분이 이사야서 9장 1-5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와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라는 두 표현으로써 구세주의 오심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두 가지 표현에 주목하자고 말씀드리는데, 이 두 표현은 사실 같은 내용을 조금 달리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는 백성들이 어둠 속에서 고통받고 있던 상태에 구세주께서 구원의 빛이 되어 오셨음을 말해줍니다.

이 표현은 당시의 어두운 정치 상황, 어두운 사회 상황, 어두운 경제 상황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마음의 어두운 상태를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당시의 연약한 왕 아하스가 자신의 고문이었던 이사야 예언자가 믿음과 용기를 가질 것을 탄원했으나 이를 듣지 않고, 아시리아의 도움을 청함으로써 국가적 재앙을 초래했던 일을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여러 가지 어두운 상황들 가운데 무엇보다 인간의 양심과 도덕이 무너짐으로써 오는 어두운 상황을 이사야 예언자가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 어두운 상황에 구세주께서 빛으로 오시어 인간 마음속의 어둠을 흩으시고 기쁨으로 채워주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라는 말에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께서는 즐거움을 많게 하시고 기쁨을 크게 하십니다. 사람들이 당신 앞에서 기뻐합니다.”(이사 9,2)

흥미롭게도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록한 마태오, 루카 두 복음사가들도 예수님께서 어두운 밤에 탄생하셨음을 말해줍니다. 마태오복음사가는 예수님 탄생의 현장 모습을 간단히 기록하고, 동방 박사들이 별의 인도로 유대아 땅에 왔고 별의 인도가 끝난 베들레헴에서 기뻐하면서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마태 2,11)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동방 박사들이 어두운 밤에 빛나는 별이 동방박사들을 인도했음을 암시하면서 그들이 기뻐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루카복음사가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루카 2,8)에게 천사가 예수님 탄생의 첫 소식을 전했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루카 2,9)고 기록함으로써, 역시 한 밤의 어둠 속에 예수님이 탄생하셨음을 말해주고 여기서도 소식 전달자 천사는 기쁨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10) 여기의 어둠은 물론 밤이라는 자연적인 어둠을 말하고 있지만, 어두움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다고도 봅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빛이 되어 오시어 인간의 어두운 마음 곧 죄와 삶의 고통으로 가득 찬 인간 마음을 환히 밝히시어, 어둠에서 밝음으로 인도하여 기쁨으로 충만하게 해 주셨습니다. 예수 성탄 강론 가운데 아마도 가장 유명한 성 레오 대 교황의 성탄절 강론도 이 기쁨의 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밤 우리 구세주께서 탄생하셨으니 기뻐합시다! 죽음의 두려움을 파괴하시고 영원한 약속들에 대한 기쁨을 선물로 주시는 한 생명이 태어나셨습니다.”

우리는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무엇보다 인간의 죄들과 여러 가지 역경과 불행이 주는 고통으로 인해 오는 어둠을 파괴하시고, 우리 마음을 순수함과 희망으로 밝혀주시는 우리의 빛이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한없이 기뻐하면서,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 기쁨을 누리기 위해, 교만, 음행, 탐욕 그리고 이기심 같은 여러 죄들을 뉘우치고 통회하며 동시에 하느님께 온전히 의지하는 믿음을 굳게 하도록 합시다.



II


예언자 이사야는 태어나실 구세주를 또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리이다.”(이사 9,5) 한편 복음사가 루카는 천사의 말을 전한 탄생소식을 이렇게 전합니다.“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구약과 신약의 이 두 성경 구절이 이 세상에 탄생하신 구세주가 누구이시고 어떤 분이신지를 명백히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사야서 9장 5절이 기록한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입니다. 한 아기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셨고 이 아기는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주어진 아들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태어남 곧 탄생”과 “주어짐”이라는 두 가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루카복음사가는 천사의 말을 인용하여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라고 기록하여 이사야 예언자의 기록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은 요한복음사가는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요한 3,16)라는 예수님 자신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사야 예언서의 두 번째 표현인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라는 표현과 똑같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탄생을 하느님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를 죄로 인한 멸망에서 구하시고자 내어주신 사랑의 최고의 선물임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주시어”는 단순한 탄생을 넘어서서 우리 구원을 위한 십자가 제물로까지 삼으셨 다는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III


형제자매 여러분,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시며 또한 우리의 “구원자”요,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사람이 되어 오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관상하면서 큰 기쁨 속에 성탄절을 맞이하고,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중심이 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및 탄생의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충만히 임하길 기도합니다.



2018년 예수 성탄 대축일

교구장사인

2018년 부활 메시지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마르 16,6)




I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십자가에 못 박히시어 죽으신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을 지극히 사랑하고 공경했던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위험을 무릅쓰고 안식일 다음 날 새벽 일찍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마르 16,6)는 천사의 말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는 훗날 예수님의 이 부활을 우리 믿음의 중심이 되는 요소로써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저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수난하고 묻히셨으며 성서 말씀대로 사흗날에 부활하시어”(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라고 고백하도록 했습니다. 우리 함께 마음을 다해 “주님이신 예수님, 당신은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라고 고백하면서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바치며 부활절을 맞이하도록 합시다.



II


저는 이 뜻깊은 부활 대축일을 맞으면서, 교회의 기도서인 ‘성무일도’의 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 ‘독서기도’ 제2독서인 사르데스의 멜리톤 주교님의 부활 대축일 강론을 다시 읽었고, 이 주교님이 주님의 입을 빌려 서술한 다음과 같은 주님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다. 나는 죽음을 멸하고 원수를 눌러 승리하였으며 지옥을 발아래 짓밟았고, 강한 자를 묶고, 인간을 하늘나라의 정상으로 올렸노라. 나는 바로 그리스도다. 그러므로 죄로 더럽혀진 너희 모든 백성들아, 자 오너라. 그리고 죄의 용서를 받아라. 나는 바로 너희의 용서이며 구원의 파스카이고 너희를 위해 도살된 어린 양이다. 나는 너희를 씻어주는 물이다. 너희 생명이고 부활이며 너희 빛이고 너희 왕이다. 나는 너희를 하늘나라 정상으로 데려가려 하고, 너희를 부활시키며 너희에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보여주고 나의 오른손으로 일으켜 세우겠노라.”

저는 이 강론이 주님 부활의 의미를 잘 요약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주님의 부활은 주님께서 죽음을 멸하시고 원수인 마귀를 눌러 이기신 승리이며, 지옥을 짓밟으시고 강한 자를 묶으시고 우리 인간을 하늘나라의 정상으로 이끌어 올리신 의미, 곧 인류 구원의 대과업을 이루신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저는 여기에 추가하여, 주님께서 부활하심은 주님이 참으로 하느님이시고 참으로 하느님의 외아들이시며 구원자시라는 사실을 확인해주어, 우리 그리스도인이 믿음의 확신을 갖고 복음을 살아가고 또 전파할 수 있게 되고,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 우리도 부활하리라는 굳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축복을 누리게 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어서 멜리톤 주교님은 주님의 입을 빌려 부활의 은혜를 입은 이들이 죄의 용서를 받으라고 이렇게 촉구합니다. “그러므로 죄로 더럽혀진 너희 모든 백성들아, 자 오너라. 그리고 죄의 용서를 받아라. 나는 바로 너희의 용서이며 나는 너희를 씻어주는 물이다.” 예수님 자신이 용서이시고 씻어주는 물이시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죄의 유혹을 받으며 유혹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특별히 인간에게 지극히 소중한 하느님의 선물인 성적 욕망과 재물, 권위, 명예 등의 소유 욕망을 통해 마귀의 유혹을 받습니다. 주님께서는 인간이 범하는 죄들을 이렇게 열거하셨습니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마르 7,21-22) 그리고 주님께서는 여기에 포함하지 않으셨지만 어떤 면에서 가장 심각한 죄로 여기신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위선의 죄’입니다.

주님께서 열거하신 죄들 가운데, 성적 욕망의 남용으로 인해 올 수 있는 죄들이 여러 가지입니다. 바로 불륜, 간음, 방탕입니다. 주님께서 염려하신 이 죄들이 예나 지금이나 가장 쉽게 그리고 자주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이는 누구나 조심해 피해야 하는 죄이며 인간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비참한 상태에 빠지게 하는 죄입니다. 재물, 권위, 명예 등을 찾는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도 마찬가지로 남용되면, 역시 무서운 비극을 초래하게 되며, 우리는 이미 이런 예들을 많이 보아오고 있습니다. 이런 비극에 떨어지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는 야고보 사도의 다음 말씀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욕심은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다 자라면 죽음을 낳습니다.”(야고 1,15) ‘이것은 잘못이다.’ 혹은 ‘이것은 죄다.’ 이렇게 느끼기 시작할 때에,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면서 단호히 결단을 내려 중지하거나 거기서 떠나야 합니다. 그대로 머물며 즐길 때, 이는 큰 불행을 맞게 됩니다. 야고보 사도께서는 이 결말에 대해 “죽음을 낳는다.”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저는 구약의 위대한 성조 요셉이 자신의 주인 아내가 유혹해 올 때 “제가 어찌 이런 큰 악을 저지르고 하느님께 죄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창세 39,9) 라고 말하면서 유혹을 물리친 일을 되새깁니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하느님 앞에서의 죄의식’ 이 두 가지가 우리로 하여금 모든 종류의 유혹을 이기게 하며, 이로 인해 고통을 당한다 해도 궁극적으로 축복의 삶으로 이끌어줍니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며 갖게 되는 이 ‘죄의식’이 우리 인간의 영적 성장과 인격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이것이 많은 축복을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죄의식’을 ‘복된 죄의식’이라고까지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죄의식’에 더하여 죄를 지었을 때 ‘죄책감’을 갖는 것 역시 ‘복된 죄책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자 세관장 자케오가 지녔던 이 ‘죄의식’과 ‘죄책감’이 주님을 뵙고 싶어 하는 욕망을 일으켰고, 이 욕망을 아신 주님께서는 그를 기꺼이 만나주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과의 이 만남이, 자신이 지금까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실행에 옮기고자 하는 보속을 결심하여 주님께 말씀드렸고, 이 회개, 이 변화에 감동하신 우리 주님께서는, 자케오 혼자만이 아니고 그의 가족 모두가 구원을 받게 하는 놀라운 축복을 주시지 않았습니까?



III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이 우리의 믿음을 더 굳게 더 확실하게 해주고, 더 나아가 이 믿음이 회개로 이끌어 주기를 희망하도록 합시다. 우리 함께 부활 찬미가를 노래하면서 부활절을 지내도록 합시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2018년 예수 부활 대축일

교구장사인

2018년 제51회 군인주일 담화문

군인주일 담화문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51회 군인 주일을 맞이하여 군의 복음화와 모든 군인들에 대한 봉사의 삶에 헌신하는 군종 사제, 남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선교사들과 함께 교우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깊은 나라 사랑으로 조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땀 흘리며 수고하는 장병들, 군 간부들 및 지휘관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드립니다. 또 군과 군 가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와 물질적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군종후원회 회원님들께도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기에, 현재 진행 중인 북미회담 및 남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에 실질적 성과를 거두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정치 지도자들을 움직이시어 ‘진정한 평화’라는 놀라운 축복의 결실을 맺어주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이 기도와 함께, 저는 누구보다 강한 애국심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군인들에게 감사드리면서, 우리 군인들이 변함없이 긴장된 자세로 나라를 지키는 사명에 충실해 주시길 기원합니다. “그대들이 있어 우리가 안전합니다.”라는 칭송을 듣는 군인들이 되어주시길 희망합니다.

군종교구는 “군 복음화, 변함없는 열정으로”라는 사목표어 아래, 군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사람의 열정은 뜨거워질 수도 식을 수도 있기에, 어떤 중요한 목표를 가질 때에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상태를 자주 점검하면서 지속적인 열정을 지니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금년도 사목교서에서 사도 성 바오로의 다음 말씀을 인용했습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2티모 4,7-8) 이 사목교서에서 나 자신의 복음화와 모든 이의 복음화를 위해 변함없는 열정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러면서 복음화의 두 가지 모습을 제시하였습니다. 하나는, 하느님을 모르는 군인들과 군 가족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해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고 회개하여 세례를 받게 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군종 사제들과 군종 사목에 임하는 수녀들이 중심이 되어, 기존 신자들을 영적으로 잘 돌보아주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더 닮아가게 하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 모습 가운데 첫 번째 것인 ‘하느님을 모르는 군인들과 군 가족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하는’ 일은 특별히 젊은 장병들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7년간 저희 교구가 세례를 베푼 통계를 보면 연평균 24,000여 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세례 받은 군인들 가운데 95%가 젊은 장병들입니다. 우리 군종 사제 역시 군인이기에, 모든 군인들의 봉사자로서 모든 군인들을 찾아가 격려와 위로와 가르침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도움을 주고 있고 또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특히 젊은 장병들의 영적인 아버지요 벗이요 동반자요 치유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영혼 구원’의 사명감을 갖고 하느님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군인들과 군 가족들에게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직전에 당신 제자들에게 이렇게 명하셨습니다.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루카 24,47-48)

군에서 복음을 선포하여 세례를 주는 데에는, 특히 군 세례자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기초훈련기간 장병들에게 세례를 주는 데에는 한 가지 크고도 지속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육군이든 해군이든 공군이든 5주간 혹은 6주간의 훈련기간을 이용해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는데, 사용할 수 있는 교리 시간이 4회 혹은 5회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어떤 군종 사제들은 세례식 미사 때에도 교리 교육을 합니다. 이렇게 교리를 충분히 가르치지 못한 상태에서 세례를 주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도 군종 사제들도 이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데, 비록 교리교육 시간이 부족하지만 원하는 훈련병들에게 세례를 주는 쪽을 저희는 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이 기회는 너무도 중요하다고 보며, 하느님께서는 우리 장병들 마음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어려운 조건 가운데서도 싹을 내고 열매를 맺게 해주신다는 믿음을 저희는 갖고 있습니다. 변명으로 들릴지 몰라도, 복음서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께 대한 믿음을 보이는 병자들에게 병 치유 은총과 함께 영혼 구원의 은총까지도 주셨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리 한 번도 가르치지 않으시고 당신을 믿는 병자들의 마음을 보시고 구원의 은혜까지 주신 것입니다. 저희 군종교구는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4회 혹은 5회라는 짧으면서도 집중적인 교리, 곧 그리스도교 교리의 중심인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전교생활, 수난, 십자가형으로 죽으심, 부활, 승천, 그리고 재림에 초점을 둔 교리서를 준비했고, 교리교육에 도움을 줄 시청각 자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복음화의 두 번째 모습인 기존의 신자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일에 보다 큰 관심을 갖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이 승천하시기 직전 하신 일이 바로 당신이 지극히 사랑하시던 제자 베드로를 따로 부르시어 그에게 당신을 계승할 지상 최고목자로 임명하시면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세 차례나 하시고 베드로 사도가 “예”라고 답할 때마다,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라고 간청하고 명하신 일입니다(참조: 요한 21,15-18). 주님의 목자인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은 그 무엇보다 주님의 이 간청, 이 명령을 늘 유념하면서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군종 사제들과 군종 사목에 임하는 수녀들은 이 “영적 돌봄”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면서 군 신자들이 성경 말씀, 기도, 성체성사를 가까이하는 삶, 그리고 형제적 친교의 생활에 보다 충실하도록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목방문을 하면서 장병들, 간부 및 지휘관 그리고 군 가족들이 무엇보다 성경을 읽고 필사하는 일에 노력하고 있음을 보고 큰 기쁨을 가집니다. 구원의 말씀, 진리의 말씀인 성경말씀을 중심으로 해서 살아갈 때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이 더욱더 충실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희 군종 신부님들의 경우, 기존 신자들을 돌보는 일뿐만 아니라 군 당국이 모든 군종 장교들에게 요구하는 일들, 예를 들면 종교를 초월하여 병사들을 방문하여 격려하고 위문하고 지도하는 일들을 수행해야 하고, 또 군종 신부 자신이 담당하는 군부대 지역이 매우 광범위하기에 시간을 많이 소모해야 합니다. 따라서 신자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군종 신부님들을 바쁘게 또 피곤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우리 군종 신부님들은 신자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일에 기쁘게 정성을 다해 임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저는 저희 군종 신부님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국가의 경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인들의 복음화를 위해 변함없는 지원을 다시금 부탁드립니다. 군인 주일 51주년을 맞아 군 사목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의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면서, 교우 여러분의 영육 간의 건강을 빌고 국군 장병들, 군 간부와 지휘관들, 군 가족들 그리고 군종후원회 회원 여러분께도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드립니다.



2018년 10월 7일

교구장사인